공주와 연금술사 - 21부

새벽이 실험실 창문 위로 얇은 은빛 막처럼 내려앉았다. 아곤은 작업대 앞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, 한 손은 나무 표면에 올려두고 다른 손으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깃펜을 쥐고 있었다. 그의 앞에 놓인 플라스크들은 지친 보초병처럼 보였고, 각각은 기록된 실패를 담고 있었으며, 각 라벨에는 이미 그의 기억 속에서 흐려지고 있는 날짜와 시도들이 적혀 있었다. 쌓여가는 메모들은 절망의 중첩문서처럼 늘어갔다: 추출물, 용액, 조합, 비율...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았다.

그 옆의 촛불은 이미 절반이나 타들어갔고, 왁스는 우유부단한 눈물처럼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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